러닝 크루, 건강한 취미에서 위험한 관계로: '불륜'의 덫에 걸리다
# 새벽 런

## 1장 - 첫 만남
한강공원 새벽 6시.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이라는 날씨앱 알림이 지현의 폰을 깨웠다. 결혼 10년 차,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에게 이른 아침 런닝은 하루 중 유일한 자유시간이었다.
"오늘도 혼자구나."
평소처럼 혼자 뛸 생각이었던 지현 앞에 '한강 새벽러너스'라는 작은 팻말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처음 보시는 분이네요. 저희 러닝크루 같이 뛰실래요?"
그가 민준이었다. 깔끔한 러닝웨어, 절제된 미소,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간만에 마주한 따뜻한 시선이 지현을 머뭇거리게 했다.
"저는... 초보라서요."
"괜찮아요. 우리도 다 그렇게 시작했으니까요."

## 2장 - 일상의 균열
3주가 지났다. 지현은 어느새 러닝크루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매주 화, 목, 토요일 새벽 6시, 한강에서의 1시간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요즘 일찍 일어나네?"
남편 상우의 무심한 질문에 지현은 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운동 좀 하려고. 몸이 많이 무거워져서."
"그래, 좋지. 건강해야지."
상우는 이미 회사 뉴스에 몰두해 있었다. 10년 전 뜨겁게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둘 사이에는 일상적인 대화만 남아있었다.
러닝 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시간이 생겼다. 크루원들과 함께였지만, 지현의 시선은 자꾸만 민준에게 머물렀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지현 씨는 어떤 음악 들으며 뛰세요?"
"요즘은... 잔잔한 발라드요. 예전엔 댄스음악만 들었는데."
"사람이 변하나 봐요. 저도 예전엔 록만 들었는데, 요즘은 재즈를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한 대화였겠지만, 둘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 3장 - 위험한 순간
"오늘 비 온다던데, 러닝 어떻게 하죠?"
지현이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새벽 5시 30분, 창밖은 이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실내 트랙으로 갈까요?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 어때요?" 민준의 답변이 왔다.
결국 나온 사람은 지현과 민준 둘뿐이었다. 다른 크루원들은 모두 비를 핑계로 불참했다.
실내 트랙에서 나란히 뛰며, 둘은 처음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결혼생활... 힘들지 않으세요?" 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아니에요. 그냥... 가끔 표정이 외로워 보여서요."
지현은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봐 준다는 것이 이렇게 벅찬 일인지 몰랐다.
"민준 씨도... 결혼하셨죠?"
"네. 하지만 지금은..."
그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 4장 - 선을 넘는 순간
"지현 씨, 오늘 시간 되세요? 커피 말고... 좀 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민준의 제안에 지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거절할 수 없었다.
한강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내와는 3년 전부터 별거예요. 이혼 서류는 아직 안 냈지만..." 민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아직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남편을." 지현도 솔직하게 답했다.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 맞죠?"
"맞아요. 하지만..."
민준이 지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지현은 손을 빼지 않았다.

## 5장 - 죄책감과 그리움
그날 이후 지현은 혼란스러웠다. 러닝 시간이 기다려지면서도, 동시에 두려웠다. 남편과 아이들을 보면 죄책감이 밀려왔다.
"엄마, 요즘 예뻐졌어요." 10살 딸 서연이 무심코 던진 말에 지현은 깜짝 놀랐다.
"그... 그래?"
"네, 뭔가 밝아졌어요."
아이의 순수한 말이 지현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민준도 마찬가지였다. 러닝크루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를 의식하며,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었다.
"우리 잠시 만나지 말까요?" 지현이 먼저 제안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건... 옳지 않아요."
## 6장 - 선택의 기로
2주간의 공백 후, 지현은 혼자 한강을 뛰고 있었다. 러닝크루는 그만뒀다고 했다. 민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코스에서 민준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 후, 둘은 말없이 나란히 뛰었다. 마치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지현 씨."
"네?"
"저... 이혼 서류 냈어요."
지현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을 구했어요. 부산으로 내려가게 됐어요."
"언제요?"
"다음 주."
지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잘 됐네요.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지현 씨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 에필로그 - 각자의 길
1년 후, 지현은 여전히 새벽 런닝을 하고 있었다. 혼자서. 남편과는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조금씩 대화가 늘어나고 있었다.
가끔 민준이 보내는 부산 바다 사진을 받곤 했다. 별다른 말 없이, 그냥 풍경 사진만. 지현도 가끔 한강 일출 사진을 보냈다.
그들의 만남은 불륜이었을까, 아니면 서로에게 필요했던 위로였을까.
지현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 시간들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순간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새벽 한강을 뛰며, 지현은 생각했다.
'사랑이란 게 참 복잡해.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선택하며 살아가는 거겠지.'
한강 위로 해가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끝*